입소대대 입구
입소식 장소
생활관

 

입소 당일날 와이프와 함께 센트럴 터미널에서 연무대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논산으로 내려갔다. 당일 아침 늦잠잔 탓에 미리 예매해둔 9시 10분 버스는 못 탔으나 다행히 9시 50분 버스에 자리가 있어서 출발 할 수 있었다. 12시 반쯤 연무대 터미널에 도착했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니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니 10분만에 육군훈련소 입소대대에 도착했다. '호국요람.' 입소대대 입구에 써 있던 글이다. 나라를 지키는 근원지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입소하기전 찾아봤던 많은 자료에서 언급된, 입소대대 입구에 써있는, 입소를 반기는 문구다. 퇴소한 현시점에서 이 한자어를 다시 보니 군대에서 사용되는 생소한 한자어들이 떠오른다. 교보재, 불침번, 수통, 점호.. 입소대대 입구에서 와이프와 사진을 찍고 입소식이 열리는 운동장으로 갔다. 아직 입소식까지 1시간 이상이 남은 상황이라 운동장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앞으로 4주간은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했다. 먹고싶으면 먹고, 자고싶으면 자고, 게임하고싶으면 하고, 놀러가고싶으면 가던 생활에서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고, 훈련하라면 하고, 쉬라면 쉬는 생활을 해야겠지.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걱정은 사회성 없는 내가, 주말이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했던 내가 많은 동기들과 24시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기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나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아니꼬워하면 어쩌지, 아니다 내 개인주의적 성향을 4주동안 철저히 숨겨서 동기들과 잘 생활해야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입소대대 운동장에 앉아 있자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중에 눈에 띄는것은 네댓명의 젊은 여자들 일행이었다. 여자들만 있는 일행이라니 누구를 보러 여기 왔을까 생각하던 차에 와이프가 얘기해줬다. 연예인이 입소하는가 보다고. 이때까지는 이 연예인이 누군지 몰랐지만 나중에 훈련소 생활중 식당에서 자주 보게됐던 이 연예인은 2PM의 준호였다. 입소식은 10분만에 끝났다. 별거 없고 집합해서 연대장님 인삿말 듣고, 애국가 부르고, 함께온 가족, 친구들에게 충성하고 끝난다. 오늘은 4주 훈련 과정 중에서도 훈련수료후 사회에 흩어져서 각자의 일을 수행하는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익법무요원, 사회복무요원들만 입소했다. 의무소방, 의무경찰들과 같이 입소하면 훈련강도가 심해 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입소식이 끝나면 바로 운동장 건너면 건물로 간다. 그 건물에서 같은 종류의 보충역끼리 구분해서 각 집합장으로 간다. 나는 전문연구요원이기때문에 우리 집합장소에는 전문연구요원들만 모였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줄줄히 앉혔다. 오기전에 어떤 글에서 이때 앞뒤에 앉은 사람이 같은 분대에서 생활하게될 동기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앞뒤에 앉은 사람들을 보며 앞으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출석을 부르면 해당 사람은 앞으로 나와서 신원확인을 받고 뒤로 가라고했다. 그렇게 출석을 불려 뒤로 가면 거기서 출석 호명 순서대로 앉게 된다. 그리고 이 순서대로 소대, 분대가 갈리게 된다. 역시 분대를 어떻게 나눌지 같은 세부사항들은 케바케 인것 같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이 출석 호명 순서는 서울, 경기 지역별 나이순이었다. 여기서 서울, 경기 지역이라는 것은 전문연 근무지를 의미한다. 이렇게 소대, 분대를 구분이 끝나면 개인적 질병이나 부모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적어내는 서류를 작성하고 귀중품, 의약품 등을 걷어갔다. 나는 가져온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제출했다. 안녕.. 그리울거야.. 스마트폰을 처음 갖게된 2011년이후로 하루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는 스마트폰과 마음속으로 4주간의 작별인사를 했다. 그렇게 간단한 입소절차를 마친 후 이제는 우리가 된 동기들과 함께 입소대대를 떠나 육군훈련소를 향해 걸어갔다. 육교를 지나 논밭을 지나 논밭 한가운데에 있는 육군훈련소 입구에 도착했다. 뭐지. 입소대대에서 육군훈련소까지는 30분은 걸어야 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며 육군훈련소 입구를 지났다. 알고보니 육군훈련소 입구까지는 금방 도착하지만 우리가 생활할 건물까지 가는데 추가로 20분이 소요됐다. 도착해서 이것저것 개인 물품을 확인하고 개인 보급품을 받았다. 사이즈에 맞게 받아야 하는 A급 전투복은 사이즈만 조사하고 나중에 받게 된다. 이런것들은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개인 생활복 및 B급 전투복에 개인 소속과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바느질해서 붙였던 것 같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면 훈련소에서의 첫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게된다. 오늘 처음보는 어색한 동기들과 오늘 처음 먹어보는 어색한 짬밥을 먹으며 4주간의 훈련소생활이 시작됐음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밥먹은 후에 소중한 15분간의 샤워시간도 갖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취침시간이란다. 사회에서는 퇴근후 개인 자유시간이 시작되었던 10시부터 군대에서는 취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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